리뷰 / / 2022. 9. 15. 14:04

기 드 모파상 단편집, 고전소설 중 제일 재미있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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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고전소설 중 제일 재미있는,
짧지만 강렬하게 와닿는 '기 드 모파상 단편집'에 대해 리뷰해 봅니다.

 

문학과 개그는 닮아있다


문학에서도 이렇게 어떤 의미나 목적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잘 관찰해서 가상의 인물을 하나 등장시키고, 굉장히 사실적으로 흉내를 내면 사람들은 흥미진진하게 좋아하고 또 거기서 뭔가 찔리거나 감동을 하기도 합니다.
모파상의 소설도 그런 스타일입니다. 있을 법하게 그럴듯하게 사실적으로 그려내는데요. 기승전결의 재미까지는 주는데 아니 그래서 이렇게 살지 말라는 교훈을 주지도 않고 굉장히 오랜 시간을 견뎌낸 사랑에 대해서 칭송을 하지도 않고 딱 거기서 이야기가 끝이 나버립니다.

그런데 이걸 읽은 우리는 참 다양하게 해석을 하고 많은 것들을 느낄 수가 있게 되죠. 1850년에 태어나 40대 초반에 생을 마감한 프랑스의 소설가 기 드 모파상은 이러한 소설을 쓸 수 있을 만큼 역동적인 삶을 살았는데요, 실제로도 전쟁에 참전해서 전쟁을 다룬 소설이 많기도 하고요 정말 문란했던 사생활 덕분인지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모파상을 검색해보면 사실주의 혹은 자연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다라고 얘기는 했는데 모파상이 데뷔했을 때부터 사실주의 작가라고 손수 혼합을 하면서 소설을 내지는 않았겠죠. 소설을 쓰는 어떤 유행 같은 것들이 있는데 모파상은 어떤 것에 반대해서 이런 스타일을 썼는지를 한 번 생각해보는 겁니다.
어떤 소설이든 인생에 대해서 삶에 대한 어떤 철학이나 생각을 담고 있겠지만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이상향을 제시한다거나 '이걸 읽는 사람들이 이런 교훈을 얻어갔으면 좋겠어', 이런 것들이 뚜렷하게 그 바탕에 깔린 소설 말고 원래 복잡하게 다양하게 그냥 그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자고 모파상이 생각했나 봅니다.

허영심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

공통적인 요소에 관해서 얘기해 볼까 하는데 오늘은 허영심과 사랑에 관한 얘기만 해보기로 하죠. 허영심과 반전의 교과서 같은 소설이 바로 '목걸이'죠. 아마 학교에서 배운 적이 있을 텐데, 짧고 강렬한 이야기라서 줄거리는 대강 기억이 나실 겁니다.

마틸드라는 여자가 주인공이에요. 아주 잘 사는 집은 아니고 하녀 정도는 있는 그러니까 공무원이랑 결혼한 어느 정도의 돈은 있는 사람인데 허영심도 좀 있는 편입니다. 상류층처럼 멋진 집에 살 수는 없을까 좋은 옷을 입을 수는 없을까 이런 것들을 마음속으로 갈망하죠. 이러한 허영심을 잘 알고 있었는지 남편이 선물을 하나 주는데요. 고급진 파티에 갈 수 있는 초대장입니다. 근데 마틸드는 표정이 좋지가 않아요. 왜냐하면 거기에 입고 갈 좋은 옷이 없기 때문이죠. 남편이 조금 무리해서 예쁜 드레스도 사줬지만 마틸드는 여전히 뭔가가 아쉽다고 합니다. 친구들 중에서 제일 잘 사는 친구에게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빌려요. 그래서 그 파티장에서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눈부시기에 아름다웠거든요. 내가 마치 상류층이 된 것 같은 기분에 젖어서 집에 오려는데 하필이면 목걸이를 잃어버립니다. 기껏 빌려줬더니 잃어버리기냐 하냐는 핀잔을 듣느니, 어디서 비슷한 것을 사서 돌려주자는 생각에 알아보니까 가격이 어마 무시하게 비싼 겁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죠. 빚을 내서 그 목걸이를 사서는 친구에게 돌려줍니다. 그리고 이제 고생의 시작이에요. 무려 10년 동안을 집도 좁은 곳으로 이사 가고 하녀는 내보내고 정말 두 부부가 고생 고생해서 이 빚을 다 갚습니다.

그동안 굉장히 고생해서 얼굴이 폭삭 늙어버렸죠. 10년 후에 길에서 우연히 만난 친구에게 마틸드는 사실 말이야 내가 그때 내 목걸이 잃어버렸다가 10년 동안 이렇게 고생해서 이제는 빚을 다 갚았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이 잘 사는 친구가 '가엾은 마틸드, 그 목걸이는 가짜 목걸이였어, 비싸지 않아'고 얘기하면서 소설이 딱 끝이 나죠!

 

이 마지막 부분에서 뭔가 짜릿한 재미라고 볼 수도 있고 되게 깊은 안타까움이 밀려들기도 합니다.

사람마다 느끼는 것들이 다 다를 거예요.

 

 

모파상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

사람마다 그리고 같은 사람이 읽는다고 해도 읽을 때마다 느껴지는 게 달라 누군가는 지나친 허영심을 부리지 말자는 교훈을 얻을 수도 있고 혹은 뭔가를 잃어버렸다면 솔직하게 먼저 얘기해보자는 교훈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또는 누군가는 남편의 입장이 돼서 아내를 잘못 얻어서 이렇게 고생했네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고요. 관찰자처럼 이야기의 핵심만 쏙쏙 들려주는 것 같아서 독자들은 이걸 어떻게 느낄 것인가 나머지의 감정은 자신만의 상상으로 채우게 되죠.

그래서 읽은 사람마다 느껴지는 것들이 조금씩은 다를 겁니다. 여러분은 어떤 걸 느끼셨나요. 허영심은 가난에서 비롯되는 게 아닙니다. 애매한 부유함에서 생기는 거예요. 근데 허영심은 옳다, 나쁘다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도덕의 경계 바깥에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누군가에게 딱히 피해를 주는 건 아닌데 그 사람의 인생을 아주 궁지에 몰리게 할 수도 있는 요소예요.

최근에 봤던 드라마 중에 그런 내용이 있어요. 자녀의 교육을 위해서 조금 무리해서 좋은 학군의 부유층이 있는 마을로 이사를 했는데 주변 사람들의 씀씀이를 보고 사치를 하다 보니까 빚을 많이 얻은 여성의 경우가 좀 발견이 된다는 건데, 아마 이 경우가 목걸이에서 나왔던 마틸드의 마음과 좀 비슷한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이러한 소설이 많이 읽히고 사람들에게 어떤 울림을 주는 것은 그 당시에 프랑스에도 이렇게 허영심이 생길 만큼 어느 정도 경제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었고 또 사람들의 마음과 욕망이 이런 식으로 이미 흘러가고 있었기 때문에 이것에 대해서 비판을 하고 싶거나 혹은 공감을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랑에 대한 단편

예술과 사랑의 나라 프랑스답게 사랑에 대한 단편도 굉장히 많죠. 이 책에서는 정말 기구한 사랑이라든가 굉장히 순수한 사랑 이런 이야기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달빛이라는 소설과 의자 고치는 여자가 굉장히 감명 깊었습니다.

달빛은 어느 자매의 이야기입니다. 언니가 그냥 뭘 모르고 결혼을 해서 이 결혼 생활에서는 가뭄이 없었는데 어느 날 밤 호수를 걷고 있는데 달빛도 아주 아름답고 거기서 본 남자랑 두근두근했다는 이야기를 해요. 그랬더니 여동생이 우아하게 '언니 그거 그 남자가 좋은 게 아니라 달빛과 사랑에 빠진 거야' 하고 또 이야기가 끝나버리죠. 여러분은 어떤 걸 느끼셨나요.
저는 '그래 누구나 밤에 달빛을 보고 로맨틱해질 때가 있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단순한 로맨틱을 넘어서 그만큼 권태를 느끼는 '결혼'이라는 것이, 그 당시에 연애는 사랑에 기초한 결혼이 아니라 재력이나 신분 등에 의해서 필요로 하는 결혼이 더 우세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오히려 이렇게 설레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소설을 통해서든 불륜을 통해서든 없애고 싶었던 게 아닐까 이렇게 생각을 해봤습니다.

의자 고치는 여인은 평생에 걸친 짝사랑이라고 봐도 되겠지만 사실 이 사랑의 포인트는 마지막에 보여주는 이 짝사랑의 대상, 약사 남자가 보여주는 속물근성에 근거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평생을 걸쳐서 사랑을 해왔는데 이 남자는 이 여자의 신분이 미천하다고 무시를 하다가, 그녀가 죽었다는 소식에도 딱히 감흥이 없었죠. 그러다가 돈을 남겼다는 말입니다. 바로 반응을 하죠. 하지만 읽는 사람마다 좀 느낌이 다를 것 같습니다.


여기서는 굉장히 순수한 사랑이라고는 하는데 어떻게 보면 스토킹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또 이거는 그냥 사랑인 게 아니라 인생에 찾아왔던 단 한 번의 강렬함 때문에 사랑과 이 강렬함을 구분을 잘하지 못하고 그냥 이 대상에게 그냥 무조건 어떤 자신의 모든 걸 바쳤던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그리고 마냥 이 약사를 욕할 수가 없는 게 여러분이 약사의 입장이었다면 이렇게 남겨진 돈 솔직히 욕심이 나지 않겠어요.

 

다양한 심리를 느끼게 만드는 단편

이런 식으로 도덕적인 가치를 잰다거나, 어떠한 한 가지의 방향만을 몰고 가지 않고 사람은 이렇게 다양하게 좋기도 했다가 사랑스러웠다가 표독스러웠다가 이런 점을 짧은 이야깃거리 안에서 기구한 사연을 듣듯 재미있게 풀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음에 찔리는 점과 감동을 동시에 주는 모파상의 많은 단편, 여러분은 어떤 게 제일 재밌었고 어떤 것에서 가장 깊은 울림과 여운을 느끼셨나요.

다음에 더 깊은 이야기를 하기로 하고 오늘 모파상 단편집에 대한 짧은 소개는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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