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손가락을 보여주면 모든 공격이 그 손가락에만 집중된다. 아무리 작은 상처라도 그것에 대해 절대로 불평하지 마라. 악의를 가진 사람들은 당신의 약한 곳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운명도 때로는 우리의 가장 약한 곳을 노려 상처를 입힌다. 고통이 사라지고 즐거움이 계속되기를 바란다면 고통이나 즐거움이 어디에서 오는지 함부로 드러내지 마라.
살다 보면 다양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죠. 아마 그중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가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은 사람 때문에 힘들고 인간관계에 지쳐 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입니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철학자 발타자르 그라시안에 사람을 얻는 지혜입니다. 무려 400년 전에 쓰인 책이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매우 현실적인 조언으로 들리는 인생 지침서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책을 읽으면서 진리라는 것은 시대와 사회를 뛰어넘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독일의 철학자 쇼페나우어는 그라시안의 작품을 곁에 끼고 다녀야 할 인생의 동반자이자 여러 번 반복해서 읽으면서 음미해야 할 책이라고 극찬했다고 합니다.
오늘은 마음이 움직였던 부분들을 몇군데를 발췌해 봅니다. 이책은 감상보다는 격언으로 있는 그대로 읽고 받아들이려는 태도가 필요한 책인것 같습니다. 지금 사람 때문에 힘들고 지쳐 있다면 천천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고마운 사람보다 필요한 사람이 되어라.
신을 신성한 존재로 만드는 사람은 신상을 장식하는 사람이 아니라 신상을 숭배하는 사람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고마운 존재가 되기보다 필요한 존재가 되고자 한다. 상대방이 당신에게 고마워하기보다 기대하고 의지하게 만들어라, 기대는 오랫동안 기억되지만 감사의 마음은 이내 사라지기 때문이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물로 목을 축이고 나면 자신의 갈 길을 가고 아무리 맛있는 오렌지도 알맹이를 먹고 나면 껍질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리듯 의지하는 마음이 사라지고 나면 더 이상 예의도 존경도 사라지게 된다.
적당한 침묵으로 신비감을 유지하라.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가 이해한 것은 대단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자기가 이해하지 못한 것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익숙한 것보다 이국적인 것이 더 비싸고 잘 알지 못하는 것이 과대 평가된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당신에 대해 신비감을 느낄 때 당신을 더 높이 평가한다. 따라서 좋은 평판을 얻으려면 자신에 대해 지나치게 자세히 설명하지 마라. 당신이 하는 말의 의미를 알아듣되 당신을 비판할 기회를 주지 않을 정도가 적절하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왜 칭찬하는지 이유도 모르면서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나 신비로운 것을 숭배한다.
침묵을 방패막이로 이용하라.
비밀이 없는 사람의 마음은 공개된 편지와 같다. 침묵은 훌륭한 자제력에서 나오는데 필요한 순간 침묵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승리이다. 당신을 소외시키려고 작정한 사람과의 대화, 당신을 마음대로 조정할 목적으로 당신의 말 꼬투리만 잡고 늘어지는 사람과의 대화, 자신의 속셈을 숨기고 교묘한 말만 늘어놓은 사람과의 대화에서 과묵함을 유지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자기가 할 일은 행동으로 보여주고 이미 한 일은 반복해서 설명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침묵은 자신의 재능을 보호해주는 훌륭한 방패막이다.
호감을 얻는 거절의 기술
어떤 사람의 거절은 다른 사람의 수락보다 더 큰 호감을 준다. 진심이 담겨있고 깍듯이 예의를 갖춘 거절은 성의 없고 무뚝뚝한 수락보다 훨씬 듣기 좋기 때문이다. 입만 열면 아니오라고 해서 모든 일을 망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무턱되고 거절부터 하기 때문에 나중에 결국 수락하더라도 좋지 않은 인상만 주게 된다. 따라서 어떠한 경우든 한마디로 딱 잘라 거절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까지 예의를 갖춰 상대방이 당신에게 호의를 잃지 않게 하고 수락하지 못하는 대신에 친절한 말과 태도로 그 빈자리를 메워라. 오랫동안 생각하고 거절이나 수락의 말은 가능한 한 짧게 하라.
망각이라는 약
잊어야 할 것을 잊을 줄 아는 것, 이것은 단순한 처세술이 아니라 인생의 행복과 관련된 중요한 지침이다. 우리는 가장 빨리 잊어야 할 일을 가장 오래 기억한다. 기억은 언제나 우리의 뜻을 배신해서 정작 기억하고 싶은 것은 기억나지 않지만 정말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은 뇌리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고통스러운 과거는 또렷하게 기억나는데 즐거웠던 과거는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골치 아픈 기억을 치유하는 최고의 약은 망각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망각이라는 뛰어난 약을 망각한 채 살아간다.
무관심의 지혜
때로는 무관심한 척함으로써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다. 당장 원하는 것이 손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해서 속을 끓일 필요가 없다.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신기하게도 태어나길 기다리면 저절로 우리에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일은 잡으려고 다가가면 그만큼 멀어지고 멀어지면 그만큼 다가오는 그림자와 같다. 이러한 이치는 인간관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법
격정을 잠재우려면 먼저 자신이 격정에 휩싸여 있다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더 이상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감정을 지배하겠다고 단호하게 마음 먹음으로써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단지 이러한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분노를 급격하게 완화시킬 수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스스로 격정을 잠재우는 법을 알고 있고 가장 적절한 시기에 격정을 잠재운다. 일단 격정이 거세지면 통제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빨리 말하는 사람은 실패도 빨리 한다.
항상 신중한 태도로 말하고 경쟁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는 더욱 조심해서 말하라. 인생을 살다 보면 한 마디 더 말할 시간은 있어도 그 한마디를 취소할 시간은 쉽게 오지 않는다. 평소 유언장을 쓴다는 각오로 말하라 말이 짧을수록 분쟁도 적어진다. 아무리 사소한 말도 가장 중요한 말을 하는 것처럼 하라.
가까운 사람들의 단점에 익숙해져라.
친구, 가족, 지인들의 단점에 익숙해져라. 당신이 그들에게 의존하거나 그들이 당신에게 의존하고 있다면 서로의 단점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세상에는 꼴도 보기 싫을 정도로 성질이 고약한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 인생이다. 따라서 못생긴 얼굴에 익숙해지듯이 요령껏 이들의 고약한 성질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처음에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단점도 익숙해지면 점차 불쾌감이 사라지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행운과 불운을 구별하라.
행운을 택하려면 행운이 어떤 것인지 알아야 하고 불운을 피하려면 불운이 어떤 것인지 알아야 한다. 우리는 행운과 불운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행운을 놓치고 불운에 빠진다. 카드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어떤 카드를 버릴 것인지를 아는 것이다. 지금 손에 쥐고 있는 가장 보잘 것 없는 카드가 가장 나중에 들어올 최고의 카드보다 더 가치 있을 수도 있다. 어떤 일을 할 때 이러한 의심이 든다면 지혜롭고 신중한 사람의 행동을 지켜보고 그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해라. 그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하다 보면 행운과 불운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게 된다.
지혜의 절반은 인내에 있다.
철학자 에피테토스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법칙은 참을 줄 아는 것이고 지혜의 절반은 인내에 있다라고 했다.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 대해서는 종종 상당한 인내심을 발휘한다. 이는 자제력을 기르는데 좋은 훈련이 된다. 평소 이 훈련을 자주 해두어야 한다. 자재력을 가지면 세상에서 가장 값진 기쁨인 마음의 평화를 누리게 된다. 반대로 다른 사람에 대해 인내심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만의 세계에서 자기 자신을 참아내야 한다.
스스로 중심을 지켜라.
여러 가지 말 중에서 가장 마지막에 들은 말만 믿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그럴 듯하게 말하면 그 전에 들었던 말은 기억 속에서 모두 지워버린다. 이들은 쉽게 받아들이는 만큼 쉽게 버리기 때문에 신뢰하기 어렵고 평생 자라지 않는 어린이와 같다. 이들은 자신만의 기준이 없고 감정 또한 변덕스럽기 때문에 평생 갈팡질팡하면서 살아간다. 이러한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으려면 스스로 중심을 지키는 자세가 필요하다.
마음의 소리에 따르라.
살아가다 보면 신의 도움은 조금도 기대하지 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만 사용해야 할 때가 있다. 반대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듯이 그저 신의 섭리에 따라야 할 때가 있다. 이 둘의 차이를 아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본능적으로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재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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