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입니다. 사실 이 책 좋다는 거는 알면서도 시도도 못했던 분들은 한 두 가지 정도 딱 걱정을 하셨을 텐데, 그 걱정 절대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어렵다. 아니요, 방대할 뿐입니다.
이 책 지루하다. 아니요, 재밌습니다.
이전에는 먹는 법을 몰랐기도 하고 이 매력을 왜 몰랐을까 싶은데 이렇게 한 번 돌아서고 나면 철마다 찾아서 먹게 되는 음식처럼, 코스모스도 딱 그렇습니다. 과학은 너무 어렵고 나랑은 너무 다른 얘기다라고 생각을 했지만 과학의 매력을 알게 해주는 게 코스모스입니다. 이 책을 읽어본 자로서 읽을 때 도움이 되는 팁을 세 가지를 준비를 했습니다.
첫 번째는 책갈피를 꼭 준비를 하라.
앞뒤 필요한 거 빼고 한 550장 이상이 되거든요.
그래서 아무리 페이지 수를 기억을 하려고 해도 헷갈리게 됩니다.
두 번째 모르는 이름이 나왔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가 없다.
그냥 과학자의 이름도 모르겠고 나오는 수식도 모르겠고 진짜 뭔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어요.
무슨 공식 얘기가 나오는데 이걸 한 20년 전에 배운 것 같은 느낌이더라도 좌절할 필요 없고 모르는 부분은 그냥 넘어가셔도 괜찮습니다.
세 번째 팁, 스스로 강의하듯 읽어라.
아무래도 길고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강사의 느낌으로 한번 읽어보시면 좀 쉽게 다가옵니다. 이 책은 TV 다큐멘터리를 기반으로 쓰인 책이라서 구어체 같거든요. 이해가 안 되고 어렵다고 느껴질 때는 강의하듯 읽어보세요. 그러면 조금 더 쉽게 와닿습니다.
이 책의 특징을 꼬집어 보자면, 흐름이 있는 백과사전입니다.
처음에 표지만 보고 우주 얘기만 나오는 줄 알았는데 우주 말고도 다른 과학적인 것 아니면 역사적인 지식까지도 다 많이 나오거든요. 근데 그 이어지는 흐름이 전혀 어색하지가 않습니다. 예를 들면 538쪽에 갑자기 고래 얘기가 나옵니다. 고래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몸을 가질 수 있도록 진화한 동물이다. 이런 식으로 고래에 대한 설명이 진짜 무슨 생물학 시간 배우듯이 나옵니다. 그래서 고래에 대한 설명이 무려 542페이지까지 고래에 대한 내용이 쭉 나와요. 근데 여기서 이제 조금 전환의 느낌이 오죠. 고래 한 마리가 일생을 살아가려면 반드시 알아둬야 할 사항들이 참으로 많다. 이러면서 고래의 유전자와 두뇌에 담기는 정보,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그러면서 인간의 유전자도 고래의 유전자처럼 모두 핵산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인간의 유전자에 대한 생명과학에 대한 내용이 또 이렇게 이어집니다. 이 정도만 이해하시면 되는데, 이렇게 흐름이 다양하게 담겨서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나도 모르게 고래 얘기하다가 DNA로 자연스럽게 넘어갑니다.
과학은 연구의 대상이 아니라 즐기는 수단
간단히 말하면 이런 거예요.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지구라는 이만한 별에서 우주라는 것에는 무엇이 있는지 되게 넓은 공간에 대해서도 말을 하고 그리고 이 작은 지구라는 별에서 긴 오랜 시간 동안 우주를 이해하기 위해서 어떤 사람들이 어떤 공부를 했고, 그래서 어떤 것들을 밝혀냈다라고 긴 역사와 거대한 공간이 다 들어가 있습니다. 제가 읽었던 부분 중에 재밌었던 부분은 과학자 캐플러가 나오는 부분입니다. 저도 처음에 읽을 때 몰랐어요. 왜 이 사람이 나오는 부분이 재밌었냐면 이 캐플러라는 사람의 성격 자체가 읽을거리로서 매력이 있습니다. 과하게 표현하자면 병신 같은 데 멋있다. 이게 바로 캐플러의 성격이고요. 그리고 일생의 흐름이 쭉 나오면서 그 사람이 이루었던 업적을 얘기하는데 그게 되게 복잡하지 않게 잘 들어가 있어요. 여기 나왔던 문장들도 마음에 드는데 '자연이라는 제목의 책이 캐플러라는 단 한 명의 독자가 나타나기까지 1천 년의 세월을 기다려야 했던 것이다' 성격이 되게 괴팍하고 좀 알 수 없는 부분들이 있었어요. 그리고 좀 짠하기도 합니다. 가족들도 자기를 떠나가고 나라에서부터도 쫓겨나고 이런 생활을 해야 됐던 사람인데 그래도 이 사람이 이룬 업적도 재밌고 중간중간하는 말도 뭔가 좀 의미가 와닿은 것이 있거든요. 캐플러의 업적이라고 할 것 같으면, 지구가 태양이라는 별을 중심으로 돌고 있는데 이 궤도의 모양이 타원형이다. 궤도의 모양에서 면적이 어떻다는 수식, 계산적인 걸 찾아낸 사람이에요. 또 이런 이야기도 나옵니다. 캐플러가 자전적인 소설을 썼다고 합니다. 비록 오감으로 인지 가능한 세계에 전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라도 우리에게는 그런 것을 상상할 수 있는 자유가 반드시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라던가. 쉽게 말하면 외계 생명체 같은 정말 생뚱 맞고 어이없어 보이는 상상의 세계일지라도 우리는 그거를 상상하면서 얻는 것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과학이 연구의 대상이 아니라 영화나 책으로서 어떤 즐기는 수단의 하나가 될 수도 있다는 거죠.
뿌듯함으로 읽는 책
이 책의 저자인 칼 세이건이 세상을 떠난 연도가 1996년도입니다. 심지어 그 서거 10주년 기념에서 나온 이게 특별판이거든요. 이 특별판의 저자인 홍승수 교수님은 2019년 봄에 또 돌아가셨어요. 진짜 오래된 책이죠. 읽고 나서 느낀 점은, 지식이 남는 게 아니라 뿌듯함이 남습니다. 살면서 이렇게 두껍고 유명한 책을 내가 읽어봤다는 이 뿌듯함이 나를 어디론가 올려놓는 기분이 듭니다. 그런 것처럼 코스모스를 읽고 밤 하늘을 바라보면 별빛의 언어로 조금 쉽게 친근함이 생기는 것 같기는 합니다. 한 번 읽었다고 해서 모든 지식이 제가 기억이 되지는 않거든요. 근데 과학이라는 게 그렇게 나와 동떨어진 것 같지 않고 그렇게까지 재미가 없는 게 아니었구나라는 느낌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읽어보니까 진짜 읽을 만한 책입니다.
내용도 좋고 문장의 흐름도 좋고 재미도 있고 뭔가 알아야 될 내용들로 빼곡하고 근데 그냥 단지 두꺼우니까 어려워 보이니까 못한 거잖아요. 그동안 읽고싶으나 엄두를 내지 못하셨다면 2022년, 남은 목표로 코스모스 읽어보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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